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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전시

전시기간 : 2011. 5. 26 ~ 2011. 9. 25
전시장소 : 전시실 1, 2
참여작가 : 곽인식, 김영원, 김종영, 김창열, 박서보 등 45명 정도
 

조선시대부터 영남권의 중심이었던 대구는 한국 근대기에 이르러 경제적 부흥을 맞이하며 문화적으로 앞선 의식을 보여주었다.
 

대구미술 또한 이에 발맞추어 다수의 인재들이 역동적인 활동을 펼치면서 한국미술사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였다. 특히 서구미술 도입기인 1920년대와 현대미술 운동이 활발했던 1970년대에 선구적인 역할을 하였으며, 대표적으로 1974년부터 1979년까지 이어졌던 <대구현대미술제>는 다양하고 실험적인 작품들을 선보이며 한국현대미술운동의 기폭제가 되었다.


이러한 진취성에 기인하여, 개관특별전 <기氣가 차다>는 우리 문화의 인문적인 태도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한국현대미술 작가들의 진보성을 조명하고자 하였다. 이것은 우리의 자각과 성찰이 어떻게 미술작품에 반영되고 드러나는지를 주목한 것이다. 이 전시는 연대기적 접근으로 작품을 보여주기보다 오늘을 중심으로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생각하면서 한국인의 미학을 새롭게 발견하고자 시도한다.


또한 이 전시의 구성은 주제 what을 뜻하는, 포괄적인 개념 기氣를 바탕으로 의意와 적跡으로 나뉘어 지며, 각 주제에 동사 ‘차다 to be' '그리다 drawing', '보다 seeing'가 연결되어 각 주제가 전해지는 방법 how를 알 수 있도록 기획되었다. 전시장을 찾는 사람들은 의意와 적跡을 통해 진취적인 에너지를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Section 1  의意를 그리다


<의意를 그리다>는 한국 문화의 정신사적 전통을 배경으로 ‘의意 significance’ 곧 ‘도道’를 작품에서 실현하고자 했던 작가들의 작품을 조명하고자 한다. 특히 추사 김정희의 삶으로부터 전개 되어질 수 있는 예술의 실존적인 측면을 살펴보며, 한국미술 속에 면면히 흐르고 있는 개념적인 작품을 소개한다.


추사의 작품은 단순한 서예의 차원이 아닌 학문과 예술이 일치된 미학을 보여주며, 한 인간의 삶의 태도와 철학적 세계관을 담고 있다. 조선말기 자연의 기가 운필로 드러나는 정학교의 괴석, 시대적 울분을 품은 선비 민영익의 묵란과 서병오의 문인화, 불각의 미를 강조하며 자연 재료를 그대로 드러내려 했던 김종영의 조각은 ‘사유하는 정신’을 품고 있다.


이렇듯 사유하는 예술은 다양한 모습으로 변주되며 한국의 개념적인 현대미술로 이어진다.


인문적 태도를 보여주는 윤형근·김호득·이강소의 작업, 사유하는 정신을 보여주는 곽인식·이우환·정창섭·정상화의 작업, 몸을 드리는 수행적 과정을 통해 이루어지는 박서보·최명영·김기린·최병소·최인수의 작업, 개념적 접근으로서의 하종현·박석원·서승원·이건용·곽훈의 작업, 원초적인 감성으로서의 박종배·심문섭·박현기의 작업 등은 본격적으로 작품에 작가의 뚜렷한 의도를 담아내는 오늘의 한국미술이다. 이 전시에서는 다른 문화권의 작품들을 비교하기 위해 리차드 세라, 로만 오팔카, 도날드 저드의 작업을 선보인다.


이러한 비교를 통해, 유사한 단순성을 갖고 있지만 소박함과 더불어 소멸과 생성의 순환적 자연을 지향하는 한국미학의 경향적 특성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우리는 깊은 철학적 정신을 담아내고자 한 작품을 보며 우리 문화의 높은 정신성을 느낄 수 있다.


Section2   적跡을 보다


<적跡을 보다>는 작가들의 다양한 인지적 경험이 담긴 현대미술을 주제로 하며, ‘보다’라는 행위에서 드러나는 우리의 삶의 태도를 살펴보고자 마련되었다. 이 전시는 ‘형상을 통해서 대상의 본질을 포착해내어야 한다’는 동양의 전신사조傳神寫照와 ‘궁극적인 앎을 위해 실제 사물의 이치를 연구해야 한다’는 격물치지格物致知와 관계가 있다.


우리는 18세기 공재 윤두서의 자화상을 비롯한 조선시대 초상화 속에서 시간이 흘러가며 축적된 그 사람의 깊은 성정을 발견하게 된다. 실재처럼 착각하게 하지만 실재가 아닌 김창열의 물방울 시리즈, 작용과 반작용의 강렬함을 일깨우는 지석철의 쿠션, 초현실적인 상황을 연출하며 낯설음에 대한 심리적인 충돌을 일으키는 고영훈의 돌과 책, 자연의 아우라를 느끼게 하는 이동엽의 연회색 수직선들의 사이, 도시문명의 차가운 논리성을 전하는 이승조의 검푸른 파이프, 시간 속에서 변해가는 존재를 통해 비어있는 듯 보이지만 비워있지 않은 김아타의 온에어 프로젝트, 인물의 개성과 감정이 배제된 채 중력을 통해 무중력을 읽게 하는 김영원의 나체 조각, 세밀한 선이라는 조형적 언어로 변모된 김홍주의 자연과 사물, 정병국의 흔들리는 시점을 이용한 무의식의 전달, 이 모든 작품들은 닮은 꼴 너머 존재하는 보이지 않는 세계를 드러내고자 한다.


또한 우리 눈이 믿고 있는 재현성이 허구임을 다루는 독일작가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작품도 위의 맥락에 닿아 있다. 대상에서 본질을 보고자 하는 것은 지각된 실재에 대한 우회적이고 상징적인 힘으로 작품에서 발현된다. Section2 <적跡을 보다>에 등장하는 작품들은 인지시지각적 방법인 재현의 기법을 통해 작품에서 독특한 경지를 만들어내며 가시적인 한계를 극복하고 열리는 지각 너머의 기운을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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