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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40억 다시 읽기]
제     목 40억 다시 읽기
작 성 자 조병근
등록일자 2018-06-10 04:3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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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가자면 진저리 치던 벗이
며칠째 김환기 전시 보러 가자며 졸라 댑니다.
수십 억 하는 작품은 도대체 어떻게 생겨 먹었는지 봐야겠단 겁니다.

미술관은 예상대로 관람객으로 붐볐습니다.
자그마치 39억여 원.
억! 소리 나는 작품 앞에 섰습니다.
1954년 작 [항아리와 시].
수화 구상작품 중 최고 경매가를 기록한 것입니다.

그림 오른 쪽에 미당 시 [기도]가 세로로 적혀 있어
조선시대 문인화를 연상 시킵니다

수화는 왜 미당 시를 화폭에 옮겼을까?
조선시대 겸재 정선이 사천 이병연의 시를 그림으로 옮긴 것 같이
어쩌면 미당 시를 그림으로 그려서
자신의 심정을 드러내고자 한 것은 아닐까요?
(수화 1913년 생, 미당 1915년 생으로 두 사람은 동시대 화가와 시인이다)

시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지금 저는 텅 빈 항아리 같고 텅 빈 들녘 같습니다.
주여!
저를 고난과 시련으로 채우시든 예술적 열정으로 채우시든
뜻대로 하옵소서.
그럼에도......

1954년 무렵 수화는 예술에 대한 영감이 점점 고갈되고 있어
새로운 모색이 필요했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이 또한 주의 뜻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이러한 운명론이 수화가 예술적 시련을 이겨내는 힘이 됩니다.
다시 한 번 예술적 열정으로 채워달라는 기도를 통해
1956년 예술적 영감을 찾아 파리로 떠나는 운명적 결단을 하게 됩니다.
(실제로 아내 김향안은 수화보다 1년 먼저 즉 1955년에 파리로 가서
수화의 작업 환경을 준비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한 인간의 삶을 바꿔 버린 드라마틱한 작품.
작품을 이렇게 읽는다면
[항아리와 시]는 수화의 파리 시대를 연 운명적 작품이라 하겠습니다.

벗은 내 이야기는 안중에도 없습니다.
이걸 40억 가까이 주고 사간 놈은 도대체 무슨 정신일까?
오직 그 정신상태가 궁금할 따름입니다.

하루살이가 내일을 모르듯
연작이 어찌 홍곡의 뜻을 알겠습니까.

뱀발
시 속의 붉은 마침표는
매화의 꽃잎이 떨어져 나온 것처럼 아름답게 돋보이기도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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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서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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