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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우리도 동지로 살고 있는가]
제     목 우리도 동지로 살고 있는가
작 성 자 조병근
등록일자 2018-05-24 21:3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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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찬바람이 남아 있던 2월의 어느 날
북한산 자락길을 걸어 어렵사리 환기미술관을 찾았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대구미술관에서 김환기 기획전이 열린다는 소식을 접하고,
전시 개막일에 맞추어 가려던 계획은 끝내 이루지 못하고
이튿날 신발 끈 단단히 동여 메고 전시장을 찾았습니다.

작가 화풍의 시대적 변화에 따라 천천히 음미했습니다.
전시장 입구에 준비된 김환기 탄생 100주년 다큐 영상을 보고
다시 한 번 작품을 둘러보았습니다.
그러면서 3시간을 작품 앞에서 보냈습니다.
뭐라 말할 수 없는 감정이 솟구쳤습니다.
왠지 미술관 주변을 그냥 걷고 싶었습니다.
깨끗하고 아무도 없는 한적한 길 위에서 김환기를 떠올렸습니다.

그가 주로 활동했던 시기가1930년대 중반부터 1970년대 초입입니다.
일제 강점기, 한국전쟁 그리고 산업화 시대를 거칩니다.
그야말로 숨 가쁘고 굴곡진 시대를 살았습니다.
산 게 아니라 살아낸 것입니다.

어떻게 살아낸 것일까?
김환기와 아내 김향안.
두 몸인 듯, 한 몸인 두 사람의 삶이
한 편의 영화를 보듯 머릿속에서 휘리릭 하고 돌아갑니다.

이 부부는 무엇으로 굴곡진 세상을 거침없이 살아냈는가?
사랑으로? 신뢰로? 동반자로? 존경심으로? ....
무엇으로도 설명할 수 없었습니다.

모두가 가난했던 그 시절.
모든 기득권을 버리고 파리로 뉴욕으로 떠날 수 있었던 용기는 무엇이었을까?
두 사람은 그냥 부부라기보다는 동지로 보는 것이 적합할 것 같습니다.
새로운 꿈을 위해 그들이 가진 모든 것을 던질 수 있었던 두 사람.
뜻을 같이하는 동지가 아니고선 할 수 없는 용감한 선택이었습니다.

고국으로 돌아가는 다리를 스스로 불사른 김환기는
타국에서 매일을 흰 캔버스와 마주하며 두려움에 떨었을 겁니다.
그 두려움을 이겨내고 완성한 전면점화!

두려움을 이겨낸 자만이 소중한 것을 얻을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
오늘도 내가 미술관을 찾는 이유입니다.

잠자는 아내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봅니다.
우리도 동지로 살고 있는가?


사족!
환기미술관에서도 대구미술관에서도 등짝에 꽂히는 직원 눈초리의 매서움을 느꼈습니다.
세상 모든 고가의 것들은 우리를 불편하게 한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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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덕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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