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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추사와 2000-2017]
제     목 추사와 2000-2017
작 성 자 조병근
등록일자 2018-04-17 12:3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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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같이 부슬부슬 봄비 내리고 바람 부는 날이면
미술관 찾기 딱입니다.

시골 깡촌 출신으로 남보다 많이 늦은 미술대학 진학.
맨땅에 헤딩하듯 떠난 고달픈 독일 유학생활.
수많은 시련을 거쳐 이룩한 화가로서의 성공.
이렇게 기억하고 있는 남춘모 작가 개인전
[풍경이 된 선] 전시가 이제 며칠 남지 않아 서둘렀습니다.

오랜 세월 전부터 애정을 갖고 있던 작가여선지
작품들이 사설 갤러리에서 볼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너른 공간에 대형 작품들을 시원시원하게 디스플레이하여
작품이 한결 돋보입니다.

80여점 작품 가운데 끝 전시실 마지막 작품이 발길을 붙듭니다.
작품의 이력은 이렇습니다.
작가는 작품 제작에 사용했던 망가진 붓들과
쓰다 남은 재료와 용기들을 작업실 앞마당에 던져 놓았습니다.
20년 가깝게 버려져 쌓인 물건들은 자연스럽게 훌륭한 작품이 되어 있었습니다.
바로 작품명 [2000-2017]입니다.

수없이 버려져 쌓여 있는 망가진 붓들과 재료 용기들을 보면서
작가의 작품에 대한 강렬한 집념과 의지를 읽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그 주변에 쓰러져 뒹굴고 있는 소주병은
창작에 대한 작가의 고통을 말해 주는 듯해서 가슴이 찌릿해집니다.

산더미 같이 쌓여 있는 붓들은
어떤 것은 환희의 붓이었을 것이고
어떤 것은 절망과 고뇌의 붓이었을 겁니다.
이렇게 수십 년 세월의 고통을 이겨내고 작품은 탄생하는가 봅니다.
작가의 삶 자체가 예술일 때 작품은 더 가치를 갖게 되는 것 아닌지요.

진정한 예술작품은 삶과 작품이 어우러질 때 완성된다고 믿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작품 [2000-2017]은
기나긴 고통의 시간을 이겨낸 작가가
스스로에게 주는 훈장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순간!
추사 김정희 선생님의 말씀이 가슴을 휙 훑고 지나갑니다.
‘나는 칠십년 동안
벼루 열 개에 구멍을 내고
천개 붓을 몽당붓으로 만들었다.’

작가는 수많은 광목천에 저 붓들로 구멍을 내었을 것이고
닳고 굳어버린 붓들을 셀 수도 없이 버렸을 겁니다.

세상에서 가치 있는 것은 공짜로 얻을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새삼 배우고 돌아갑니다.
비도 바람도 언제 그랬냐는 듯 고요히 멈춰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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