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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어떤 작품에 애정이 가나요]
제     목 어떤 작품에 애정이 가나요
작 성 자 조병근
등록일자 2017-12-30 00:5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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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움은 등 뒤로 물리고 희망에 손 내미는 지금은
우리 모두에게 아주 특별한 시간입니다.

한 해를 또 넘긴 노총각 아들 위해 엄마는 오늘도 중매쟁이로 분주합니다.
‘어때? 지금까지 본 여자 중 선택하면 되겠지?’
‘안 돼 엄마! 한 명만 더 보고 결정할게.’
‘뭐가 부족해 또 그래? 제발 이 정도에서 찾아보자.
엄마는 울기 직전인데 아들놈 대답이 가관입니다.
’안 돼. 지금까지 네 여자밖에 못 봤잖아, 한 명 더 봐야 선택할 수 있다고.’
‘으잉?????’

5지선다형 객관식문제 풀이에 익숙한 우리사회를 풍자한 이야깁니다.
정답 없는 삶을 살면서도 정답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넘칩니다.
미술 감상도 예외는 아닌가봅니다.
그래서 난해한 현대미술이 전시되면
정답이 뭐냐고 이게 미술이냐고 종종 불만을 드러냅니다.

작품 이해의 정답을 찾아서
작가 대담 이벤트에 종종 참가합니다.
이 작가는 작품 의도를 설명하는데 더듬더듬 댑니다.
정답 알고 싶은 나는 답답하기 짝이 없습니다.
뭐 이래? 작품 철학도 없는 거야?
이런 발칙한 생각도 합니다.

반면 저 작가는 다릅니다.
작품 의미를 콕콕 찔러 줍니다.
야호! 이제 정답을 제대로 알았다는 기쁨의 환호성이 속에서 터집니다.
어찌 저리 박식한지. 게다가 말도 막힘이 없습니다. 한마디로 청산유수지요.
대중 앞에 서면 주눅부터 들고
혹시 버벅대지 않을까 불안해하는 나로서는 부럽기만 합니다.

노자 도덕경을 읽었습니다.
대변약눌(大辯若訥) = 잘 하는 말은 마치 더듬는 듯하다.
버벅대는 것이 최고 잘하는 말이라는 노자 말씀에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이제사 작품 감상의 근육이 조금씩 붙어 가는지
조금은 버벅대는 작가 말에 답답함보다는 왠지 진정성이 느껴집니다.
더듬거리는 작가 말에 내 생각이 보태져 작품 의미가 완성됩니다.
그래서 작품도 작가 의도와 달리 내 나름 해석할 여지가 있어
한결 친숙하게 느껴지고 의미가 더욱 풍성해져 보고 또 보고 싶어집니다.
볼 때마다 그 의미가 새롭게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그 작품에 애정이 깊어지기 마련이지요.

반면에 작품 의도에 대해 막힘없이 술술 설명해 주는 작가,
자신의 예술철학 밖으로는 한 발짝도 넘지 않은 듯 자신만만한 작가도 있습니다.
작품 감상의 확실한 정답을 제시해 주니 그 순간은 얼마나 고마운지 모릅니다.
그런데 시간이 좀 흐르고 나면 그 작품은 금방 싫증이 납니다.
작품 감상에 내 생각이 끼어들 여지가 전혀 없으니
작품은 친숙함도 없고 작가 의도와 달리 해석할 방도도 도통 없기 때문입니다.
참으로 단조롭고 의미가 빈약한 작품이 되어 두 번 다시 보기 싫어집니다.

당신은 어떤 작품에 애정이 가나요?

그럼에도 나는
오늘도 막힘없이 말하려 애쓰고 긴장합니다.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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