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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아름다운 풍경]
제     목 아름다운 풍경
작 성 자 박소윤
등록일자 2017-10-25 17:4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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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경치를 보러 나온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연인들이 서로 사진 찍어주느라 바쁘다. 남자의 시선은 온통 그녀에게로 쏠려있다. 현재 남자에게 아름다운 풍경은 그녀가 하는 모든 행위들이다.

풍경은 대상에 대한 지극히 주관적 감상이다. 아름다운 풍경으로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꽤 다양한 이미지들이 올라온다. 산, 바다, 강, 호수, 꽃등 다양한 장면을 볼 수 있다.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는 시각도 장소도 모두 다르지만 공통된 하나는 모두가 아름다운 풍경이라 일컬을 만하다.

풍경이란 영어로는 landscape이다. 어원은 고대 네덜란드어로 ‘대지다움’이라는 뜻이다. 객관적 대상에 대해 그것을 바라보는 개인의 마음을 풍경이라 칭할 수 있는 것이다. 사진 찍어주기에 여념이 없는, 사랑에 빠진 남자가 좋아하는 풍경은 그녀가 서 있는 곳이다. 세상에 펼쳐진 수많은 풍경 중에 내가 좋아하는 대상은 관심을 가지고 보게 된다. 그때부터 대상은 그저 아무 곳에나 있는 평범한 존재에서 내가 좋아하는 아름다운 풍경 속 대상이 되는 것이다.

어제 내 마음에 들어오는 판화 한점을 보았다. 김우조의 뒷골목 풍경(1977)이다. 작가의 시선은 허름한 뒷골목에서 술한잔 기울이는 손님들에게 향해 있다. 퇴근하는 길에 자전거를 골목 어귀에 세워둔 채 막걸리 한 사발을 들이키는 남자의 모습이 보인다. 중앙에 앉은 모자 쓴 남자는 벌써 취했는지 고개를 숙이고 있다. 오른 편에 코트 입은 남성은 안주도 없이 허겁지겁 막걸리 한잔을 들이키는 모습이다.

앞쪽에 한쪽 다리가 짧은 벤치는 곧 쓰러질 듯 쓰러지지 않고 자리를 지키고 있다. 술을 파는 아주머니 앞에 열린 소주 한 병이 있다. 약 두 잔 정도 비운 것으로 보아 당시에 잔 소주를 팔았음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술을 마시는 남자 앞에 놓여진 두 개의 소주 잔으로 추측해본다. 두 남자는 퇴근하면서 마시는 술한잔으로 그날의 피로를 풀려고 했던 것일까.

작품 뒷골목 풍경에서 작가는 왜 이 곳을 택했을까. 다른 많은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작가의 뒷골목 풍경은 작가만의 시선이다. 퇴근 후 골목길에서 술 한잔 기울이는 사람들의 모습이다. 작가의 퇴근길도 대구역 근처 뒷골목이었다. 늘 다니는 길이라도 그날 우연히 마음에 들어온 대상이 있었을 것이다.

작가가 뒷편 선술집에서 그들을 우연히 보게 된 것인지, 그것이 그 시대 일반적인 풍경이라 접근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오늘 이 판화 작품이 아름다운 풍경으로 머리 속에 맴도는 것은 내 주관적 시선이 머무는 자리이기도 하다.

쓰러질 듯 쓰러지지 않고 자리를 지키고 있는 한쪽 다리가 짧은 벤치가 그러했다. 저런 벤치는 언제든 누구와도 합석할 수 있고 혼자 가더라도 혼자 온 것 처럼 보이지 않는 의자였다. 요즘은 각자 개인 의자에 앉기 때문에 함께 왔지만 따로 앉는 풍경과 대조적으로 보였다. 내가 본 아름다운 풍경은 그런 것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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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서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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