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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이 가을에는 성깔 부릴 일 없습니다]
제     목 이 가을에는 성깔 부릴 일 없습니다
작 성 자 조병근
등록일자 2017-10-23 23: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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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 한 녀석이 또 성깔을 부립니다.
이게 도대체 뭐야? 뭐가 이렇게 어렵고 불편해.
이런 게 미술이야?
대구미술관에서는 좀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그런 전시는 왜 안 하는지 도대체 모르겠네.

그래, 그래 자네 말이 다 맞네.
하지만 하루살이는 내일을 알지 못하고,
매미는 가을을 모르는 법이지.
자네 옷장에도 유행 지난 옷들이 즐비하게 걸려 있겠지.
지금 보면 이런 옷 어떻게 입고 다녔나 싶을 정도로 색상이나 디자인이 촌스럽지.
미술도 마찬가지 아니겠나.
과거의 것들과 차별화해야 하니 변할 수밖에 없고
그 변화를 알려면 부지런히 미술관 발품을 파는 수밖에는...
지독히 더웠던 지난 여름 이야기입니다.

바람 불어 기분 좋은 이 가을에 그 벗과 다시 미술관을 찾았습니다.
1층 풍경표현전 입구에 들어섰습니다. 원했던 전시라며 좋아합니다.
서동진 선생의 작품 앞에서 입이 해벌레 벌어집니다.

벗은 뜻밖의 말을 뱉었습니다.
어머니 집에 서동진 선생 작품 몇 점 있다는 겁니다.
대구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큐레이트들도 전시 때문에 찾아온다고도 했습니다.
가끔 개인 화상들도 현금 다발을 싸들고 찾아온다는 이야기까지 덧붙였습니다.
미술사적 가치가 큰 작품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답니다.

물 만난 벗의 거품은 계속되었습니다.
이인성 작가의 사과나무 작품이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대구미술관으로 돌아오게 된 사연.
김종복 작가의 화려하고 강렬한 색을 구사한 山그림에 대해서도,
반월당 삼성생명보험 빌딩 로비에 걸려 있는 김작가의 대형 작품 가격도,
서동진 선생의 친구 여동생이었다는 사실까지도,
그리고 강우문 작가의 풍경화 앞에서는
말년에 춤추는 사람 특히 군무를 즐겨 그렸다는 사실까지 두루 꿰차고 있었습니다.

벗은 어릴 적 그 어른 앞에서 담배까지 피웠다는 겁니다.
점점 궁금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분 돌아가시기 며칠 앞두고 몸져누우신 머리맡에 조아리고 앉았는데
갑자기 담배 한 모금 빨아보고 싶다며 담뱃불 좀 붙여 달라고 하셨답니다.
얼떨결에 담뱃불을 붙여 드렸는데 담배 한 모금 빠실 기운도 없었던지
담배 연기라도 보고 싶다며 옆에 앉아 계속 피우라고 했다는 겁니다.
못 피우는 담배 한 개비를 다 피웠다나요.

그분 어떻게 알아?
우리 외삼촌!
와우! 케빈 베이컨 법칙이 무색해지네요.

벗은 오늘만큼은 성깔 부리지 않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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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덕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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