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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시시하고 후지다고]
제     목 시시하고 후지다고
작 성 자 조병근
등록일자 2017-05-13 04:4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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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가늘게 뿌리는 오후입니다.
지하철로 이동하며 친구와 잠깐 그림에 대해 대화를 나눴습니다.
이야기 끝에 친구가 말했습니다.
대구미술관은 볼만한 전시가 그다지 없어. 시시해.
서울이나 광주에 비해 전시 작품이나 전시 작가가 후져.
시끄러운 지하철 안이라 긴 이야기는 나눌 수가 없어 고개만 끄덕였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친구에게 메일을 보냈습니다.

친구야 !
낮에 한 자네의 말씀
이해는 하지만 전적으로 동의하기는 어렵다네.

내 생각은 이렇다네.
적어도 미술관에서 전시를 할 수 있는 작가라면
국내적으로든 국제적으로든 어느 정도 검증된 작가들이라 생각하네.
대구미술관에서 전시하고 있는
나에게는 생소한 작가들의 이력을 탐색해보면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그야말로 왕성한 창작활동을 하고 있으며
또한 국제적으로도 어느 정도 인정을 받고 있는 작가들이 전부이더라고.
다만 우리가 알지 못할 뿐.
우리가 과문한 탓일 뿐.
우리가 애정을 갖지 못했을 뿐.

친구야 !
우리는 정점에 올라
작품 한 점이 수억에서 수십 억 수 백 억 하는 작가들만을 기억하고 있지.
그 작품들도 물론 가치가 있겠지만 말이야
이제 막 인정받아 한창 성장해 가는 작가들의 작품을 지켜보면서
그 과정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고통을 이해하고 그들을 응원하고
그래서 드디어 정점에 이르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큰 의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네.
흔히 우리 사회는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고들 하지.
나도 한때는 그랬지.
1등만 기억했어. 나머지는 다 루저였지.

하지만 말일세.
미술에 관심을 갖고 미술관에 드나들면서
이 생각들이 조금씩 변해가더라고.

예술의 세계에서는
정점에 도달하지 못하는 작가들이 대부분이겠지만 말이야.
그래도 나는 그들을 사랑하고 응원해야 한다고 생각하네.
결과도 좋으면야 더없이 좋겠지만 세상사가 어디 뜻대로 되던가?
그러나 위대한 작품을 만들기 위해 도전하고 분투하는
그런 작가들의 이야기를 접하게 되면 그들의 모습이 장엄하지 않던가?
이게 미술 애호가로서 변해가는 내 기본적인 생각이네.

그런 면에서
미술관의 옐로칩 작가들의 전시회가 시시하고 후진 것이 아니라
나름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네.
우리도 더 많은 블루칩 작가를 배출하기 위해서는 말일세.

친구 !
늘 새로운 것을 찾아 도전하는 자네의 모습이 참 보기 좋네.
잘 주무시게.

나는
이 밤에도 깨어있어 새로움에 도전하려는 작가를 응원하려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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