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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나도 가끔은 미술관에 가고 싶다]
제     목 나도 가끔은 미술관에 가고 싶다
작 성 자 조병근
등록일자 2019-03-15 21: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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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담장에는 성질 급한 개나리가 벌써 노란 꽃들을 내보이던데
미술관 가는 길은 아직도 움츠린 겨울 빛입니다.

전시실에 들어서는 순간 이런!
여성 관람객 옷에서 먼저 봄내음이 물씬합니다.

오늘 미술관을 찾은 이유는 단 한 가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두 사람이 부러워섭니다.

전선택 작가와 알렉스 카츠.
전선택 작가는 1922년생이니까 白壽가 내일이고
알렉스 카츠는 이보다 다섯 살 아래입니다.
두 사람 모두 望百의 나이에
작품 활동을 계속할 수 있는 건강과 열정을 가졌으니
환갑만 지나면 현역에서 물러나 이것저것 기웃거려야하는
우리네 생활인이 바라보면 그야말로 부러움과 놀라움 그 자체입니다.
老當益壯이랄까요.

작가든 작품이든 비교는 금물이라지만
이렇게 특별한 두 작가는 서로 비교하며 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1층 카츠의 작품을 보면서
참 수월하게 그리는 작가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스쳤습니다.
아내의 모습, 지인들의 모습, 익숙한 풍경과 꽃들...
주변을 돌아보면 지금이라도 금방 찾을 수 있는 생활 속 소재들입니다.
그러면서 억지로 어떤 의미를 부여하려는 과잉 관념의 오늘날 회화와는 다른
단순함과 경쾌함을 느꼈습니다.

게다가 남들이 꺼리는 과감한 구도에다
시원시원한 붓질을 사용하고 있어
대단히 모던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대표작 레드 스마일처럼
인물의 형태를 화면에서 과감하게 잘라낸다든가,
Sasha에서처럼 화면을 분할하고 입체감 없이 그린 인물이라든가,
모두가 팝아트적 냄새를 물씬 풍깁니다.

카츠의 작품을 보노라면
동양적 사상 즉 덜어냄으로 채우는 미학이랄까
과욕을 부리지 않는 중용의 미덕을 떠오르게 했습니다.

가벼운 기분으로 2층 전시실로 갔습니다.
전선택 작가의 작품 앞에는 유난히 중년의 사진 찍는 여성 관람객들이 많았습니다.
아주 부드럽고 포근한 색감들이 자신들을 붙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나는 좀 다르게 느꼈습니다.
작품을 마주하는 순간
참으로 진지하고 힘들게 작업하는 작가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정말입니다.
작가는 바탕색 하나를 칠하는데도 원색을 사용한 경우는 없었습니다.
몇 가지 색을 혼합해
깊고도 표현하기 어려운 오묘한 느낌을 줍니다.
바탕색 그 자체로도 훌륭한 단색화 작품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전시 벽면에 걸려있는 작가의 글이 마음에 딱 걸립니다.

‘우리는 점을 하나 찍거나 선 하나를 긋는데도
구도자의 정신과 같은 마음으로 작업을 해야 한다.’

무슨 이유 때문일까요?
작가의 이런 심각함이 보는 내내 마음을 불편하게 합니다.
작품에 너무 많은 것을 담으려한 흔적이 역력했기 때문입니다.

작가의 최근작을 다시 찾아보았습니다.
아이들을 그린 몇 작품이 2018년에 그린 것이었습니다.
그러면 작가의 나이가???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고 정말 부럽고 존경스러웠습니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 아이가 된다고 하던데...
그래서일까요?
최근 작품들에서는
젊은 시절의 심각성은 사라지고
무슨 의미나 무슨 의도도 내비치지 않은
그냥 편안하고 여유롭고 소박하단 느낌을 받았습니다.

다시 찬찬히 연대를 찾아가며 작품들을 살폈습니다.
최근에 가까운 작품일수록
욕심은 빠지고 천진하고 여유로움을 담고 있어 마음이 참 편했습니다.
계곡 하단에서만 볼 수 있는 맑고 투명하게 흐르는 물같은 느낌이었습니다.

두 노작가의 작품을 보고선
모든 것에 의도와 과욕을 버릴 때
자연스러움과 편안함과 여유를 얻을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고 갑니다.

생활인에 깊이 빠질 때면
가끔 미술관을 찾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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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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